미국 등 전 세계 대학 캠퍼스 내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반대하는 ‘텐트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서울대와 연세대 등 국내 주요 대학 내에서도 첫 ‘반(反)이스라엘·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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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낮 12시 반경 서울 관악구 서울대 자하연 앞에서 서울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이 팔레스타인 국적 학부들과 함께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을 중단하라”란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8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자하연 앞에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건 캠핑용 텐트가 등장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서울대 팔레스타인 연대동아리 ‘수박’은 한국인 재학생을 포함해 스웨덴, 독일, 리투아니아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 약 20명이 모여 “Free Palestine, Stop Genocide(팔레스타인을 해방하고 학살을 멈춰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학생은 팔레스타인의 정체성과 저항의 상징인 체크무늬 스카프 ‘카피예’를 목에 두르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주마나 알라바비디 씨(21)는 “팔레스타인 혈통인 나는 ‘알 나크바(1948년 팔레스타인 대학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민했다”라며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 세계 대학생들과 연대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연세대에서도 미국 캠퍼스 시위를 지지하는 단체 행동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미국 대학가에서 시작된 반전 시위와 연대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낳는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한다는 것.

대학 내 시각은 갈렸다. 서울대 재학생 박모 씨(24)는 “팔레스타인도 억울한 입장이 있겠지만, (하마스가) 먼저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커뮤니티에는 “(시위 단체가) 반미 감정으로 연대하는 것 아니냐”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