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알렉산드르 부치지 세르비아 대통령이 8일 베오그라드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알렉산드르 부치지 세르비아 대통령이 8일 회담을 갖고 양국의 “강철 같은 우호관계를 더욱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부치치 대통령은 이날 공식 환영식 연설에서 “시 주석이 5년 만의 유럽 방문에서 ‘작은 나라’인 세르비아를 택했다”며 시 주석의 방문을 두고 ‘역사적’이라고 말했다. 수천 명의 군중이 양국 국기를 흔들며 “중국, 세르비아”를 외쳤다. 시 주석은 공식 회담에 앞서 “세르비아 국민들이 중국인들을 ‘강철같이 친한 친구’로 보고 있다는 직접적 목격했다”고 말했다.

‘강철 같은 친구’는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허베이강철이 2016년 부도 위기에 몰렸던 세르비아의 스메데레보 제철소를 인수해 되살린 것을 높이 평가한 표현이다. EU에 이어 세르비아의 두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이며 양자 교역규모는 43억5000만달러이다.

부치지 대통령은 전날 밤 베오그라드에 도착한 시 주석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통하는 길목의 초고층 빌딩에 거대한 중국 국기가 꽂혀 있었다. 베오그라드의 중국문화원 건물에는 “코소보는 세르비아이고, 대만은 중국이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폭격으로 부서진 중국대사관 자리에 지어진 건물이다. 부치지 대통령도 시 주석 방문을 앞두고 한 중국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세르비아는 2008년 독립한 코소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세르비아는 EU 가입을 신청했지만 코소보 문제를 두고 EU와 갈등을 빚고 있으며, ‘슬라브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

시 주석은 9일 헝가리를 방문해 유럽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 헝가리는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나라이다. 오르반 총리는 극우 성향인 오르반 총리는 유럽과는 갈등을 빚고 있지만 중국과는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도 EU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했다.

오르반 총리는 중국을 통해 헝가리를 전기차·배터리 제조업 기지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는 지난 1월 유럽 최초의 승용 전기차 생산 공장을 헝가리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중국 장성 자동차도 헝가리에 대한 투자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다. 헝가리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EU의 관세보복을 피할 수 있다.

헝가리는 올 하반기 6개월 임기의 EU 순회 의장국을 맡는다. 시 주석의 이번 헝가리 방문은 동유럽 내 중국의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EU 내 중국 견제 움직임을 흔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8일 헝가리 언론에 공개한 기고문에서 “헝가리는 중동부 유럽의 주요 국가이자,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나라”라며 “양국은 좋은 친구, 좋은 관계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동유럽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피로를 느끼는 것과 별 개로 러시아발 안보 위기에 대해서 민감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의 헝가리·세르비아 방문이 체코와의 관계 부침과도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체코는 2016년 시 주석이 국빈 방문을 했을 당시만 해도 공고한 협력관계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의 친러 밀착과 대만 문제 등으로 중국에 등을 돌렸다. 각각 권위주의, 포풀리즘 성향으로 평가받는 오르반 총리와 부치지 대통령만이 시 주석을 환영하는 것이 이번 순방에서 드러난 것이다.

슬로바키아 기반 싱크탱크 글롭섹에 따르면 헝가리에서도 26%만이 시 주석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